오페라의 탄생과 초기 발전사
1. 오페라의 기원과 배경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음악과 문학, 기악, 미술, 무용이 한데 어울린 예술이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신화연극과 중세·르네상스 시대의 다양한 극음악 전통에서 찾을 수 있으며 오페라의 공식적 탄생은 16세기에 이르러서이다. 특히, 르네상스 후기 인문주의 사조는 고대 그리스 극예술을 이상적인 모델로 삼았으며, 이를 부흥시키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16세기말 피렌체에서 활동한 학자와 예술가들의 모임인 카메라타(Camerata)에 의해서 구체화되었다. 이들은 대위법적 다성음악이 아닌, 단순한 선율과 통주저음에 기반한 새로운 성악 스타일인 모노디(Monody)를 발전시켜 극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최초의 오페라가 탄생하게 되었으며, 1600년 야코포 페리(Jacopo Peri)와 카치니가 작곡한 에우리디체(Euridice)가 서양 음악사에서는 최초의 오페라로 기록되어 있다.
2. 초기 오페라의 형성과 몬테베르디의 공헌
초기 오페라는 음악과 극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에 대해 실험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피렌체의 카메라타는 코르지(Jacopo Corsi,1561~1602)와 바르디(Bardi)가 중심으로 모여서 르네상스의 다성음악에 대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가사의 의미를 더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토론을 가졌다. 초기 작품들은 서정적인 레치타티보(Recitativo)와 아리아(Aria)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으며, 극적인 표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발전의 중심에는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가 있었다. 몬테베르디는 오르페오(L'Orfeo, 1607)를 통해 오페라가 단순한 음악적 실험을 넘어 예술적 완성도를 갖춘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극적 표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채로운 기악 반주와 강한 감정을 담은 레치타티보를 사용하였으며, 음악적 흐름을 강조하여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리고 초기 오페라에서 점진적으로 등장한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분리를 보다 선명하게 정립하였고,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합창과 기악적 요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그의 작품은 이후 오페라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오페라가 단순한 귀족적 오락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3. 오페라의 유럽 확산과 지역적 특징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발전한 오페라는 17세기 중반 이후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탈리아 오페라는 성악 중심의 극적 표현과 아름다운 선율에 초점을 맞추었다. 프랑스에서는 장바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가 프랑스 왕실의 후원을 받아 독자적인 프랑스 오페라(Tragédie Lyrique)를 확립하였다. 륄리는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발레와 극적인 요소를 강조하였으며, 웅장한 합창과 기악적 서곡(Overture)의 발전을 이끌었다. 영국에서는 헨리 퍼셀(Henry Purcell)이 독창적인 오페라 양식을 발전시켜 디도와 아이네아스(Dido and Aeneas, 1689)와 같은 작품을 통해 서정성과 극적인 감정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였다. 이후 19세기에는 길버트와 설리번(Gilbert & Sullivan)의 희극 오페라가 인기를 끌며 영국 특유의 풍자적이고 대중적인 오페라 전통을 형성했다. 독일에서는 한스 크리스토프(Heinrich Schütz)와 같은 작곡가들이 초기 독일 오페라를 실험하였으며, 이후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독일어 오페라의 전통이 형성되었다. 징슈필(Singspiel, 독일어 희극 오페라)은 독일어 대사를 포함하며 음악과 연극적 요소가 결합된 형태였다. 이러한 지역적 다양성은 오페라가 각국의 문화와 결합하며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바로크 후기와 고전주의 시대 오페라의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었다.
4. 바로크 후기 오페라와 새로운 양식의 등장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각국에서 오페라는 보다 정교한 음악적 구조를 갖추며 성장하고 독자적인 양식이 발전하며 고전주의 오페라로 이어지는 변화를 초래했다.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는 이탈리아에서 확립되었고 신화와 역사적 주제를 중심으로 웅장한 구성과 극적인 표현을 강조한 비극적 오페라로,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Alessandro Scarlatti)가 다 카포 아리아(da capo aria, ABA 형식)를 정형화하며 발전시켰다. 그리고 희극적 오페라인 오페라 부파(Opera Buffa)가 등장하여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륄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화성적 실험과 기악적 요소를 강화한 트라제디 리릭(Tragédie Lyrique)을 발전시킨 프랑스인 장 필리프 라모 (Jean-Philippe Rameau)가 활동하였다. 이 시기에는 서민 계층을 위한 오페라 코미크(Opera Comique)가 등장하여 대사와 노래가 결합된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에서는 징슈필(Singspiel)이 발전하였다. 이는 독일어 대사와 노래가 결합된 형태로, 이후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같은 작품으로 발전했고 글루크(Christoph Willibald Gluck)는 개혁 오페라(Opera Reformata)를 통해 극과 음악의 일체화를 추구하며 후기 바로크 오페라의 경직된 형식을 개혁했다. 영국으로 귀화하여 시민권을 얻은 헨델(George Frideric Handel)은 "메시아"의 대성공으로 오라토리오 작곡가로 알려져 있으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오페라로 인함이다. 그는 이탈리아 오페라 양식을 도입했으나, 점차 오라토리오(Oratorio)로 방향을 전환하며 오페라와 성악 음악의 경계를 확장해 나갔다.